이불이 걷히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베개에 파묻힌 얼굴은 미동도 없다.“나 여자친구 생겼어. 이제 그만 보자.”“그러든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도 한참을 있다가 천천히 몸을 뒤집는다. 손을 뻗어 테이블을 더듬는다. 담배갑이 손에 잡히자 한 개비를 빼내 입에 문다.그제야 눈을 살짝 뜬다. 라이터가 어딨더라.고개를 돌려 테이블을 살핀다. 분명 여기 뒀던 거 같은데 보이지 않는다. 없어졌다. 지멋대로. 담배를 잘근 씹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미간이 좁혀진다. 짜증이 밀려온다. 몇 번 몸을 섞었던 이름도 모르는 남자. 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옷을 주워 입는다.-본부 복도를 걷는다. 여전히 표정이 풀리지 않는다.저 멀리 익숙한 형상이 보인다. 피를 뒤집어쓰고 어디론가 향하는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