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상에서 짧고 날 선 말들이 오간 뒤, 피하려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서로의 숨과 온기가 섞였고 그렇게 선을 넘었다.옷을 추스리고 숨을 고르던 그녀가 침묵 속에서 입을 열었다.“실수인 걸로 해요.”또 그를 밀어낸다. 습관처럼.“서지원 씨한테 가세요. 그 사람이 더 약하잖아요.”서지원과 나. 둘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권시헌은 서지원을 고를 것만 같아서. 내가 질 게 뻔하니까.백주영의 말에 권시헌의 몸이 굳어진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 방금 전까지 있던 따뜻함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공허함이 다시 채워진다. 그녀의 손목을 잡아 당기며 가까이 끌어당기며 옥상 벽에 부드럽게 밀어붙인다. "실수라니.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십니까?"권시헌은 백주영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올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커다란 손..